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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술과 인공지능

유럽 가전쇼 어딜 가도 들리는 소리는… "오케이 구글"

by ARTificial Intelly 2018. 9. 3.

유럽 가전쇼 어딜 가도 들리는 소리는… "오케이 구글"

구글 천하

1일 오후(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관람객들이 가장 길게 줄을 선 곳은 구글의 인공지능 음성비서 '구글 어시스턴트'의 야외 부스였다. 전 세계에서 온 관람객 200여 명이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흰색 유니폼을 입은 구글 직원은 "오늘은 최소 1시간 30분은 기다려야 하니 내일 아침에 일찍 오는 게 낫겠다"고 했다.


그런데 구글은 자사(自社) 제품을 하나도 전시해 놓지 않았다. 직원들이 하는 것은 부스 방문객에게 구글 인공지능 로고가 그려진 하얀 목걸이를 건네는 게 전부였다. 목걸이에 달린 종이에는 LG·소니·필립스·뱅앤올룹슨과 같은 49개의 기업 목록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구글 직원은 "구글 인공지능을 탑재한 기업들의 부스"라며 "부스에 방문할 때마다 구글 배지를 나눠주는데 5개 이상 모아오면 여기서 선물 뽑기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선물 뽑기를 내걸고 관람객 스스로 전시장 곳곳을 돌며 구글 인공지능이 탑재된 제품을 찾아보게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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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두뇌 장악한 구글·아마존

이번 IFA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두뇌인 인공지능 역시 구글이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 행사였다. 구글은 현재 전 세계 가전 5000종 이상에 자사 인공지능을 탑재하며, 인공지능 비서 시장 1위인 아마존 알렉사를 빠르게 추격 중이다. 알렉사는 현재 3500개 기업과 협업을 바탕으로 2만종 이상의 기기에 탑재돼 있다. 수치상으로는 구글이 뒤지지만, 외신들은 이번 IFA에서 "구글이 유럽 최대 가전쇼를 장악하려 한다"며 구글의 무서운 성장세를 주목했다. 구글은 지난달 31일 IFA 개막에 맞춰 영어와 독일어·프랑스어·스페인어·이탈리아어·일본어 중 두 개의 언어를 섞어서 말해도 알아듣는 인공지능 서비스를 선보였다. 철저히 유럽 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구글과 치열하게 경쟁 중인 아마존도 전시장에 부스를 차렸지만 알렉사를 탑재한 50여 종의 다른 회사 제품만 잔뜩 가져다놨다. 벽면에는 알렉사를 적용한 68개 기업의 부스 목록을 적어놨다.


실제로 IFA 전시장 어디를 가도 "오케이, 구글" "알렉사" 식으로 가전제품에 탑재된 인공지능에 말을 거는 목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7년 만에 IFA에 참가한 한국 중견기업 코웨이도 구글 인공지능과 아마존 알렉사를 각각 탑재한 스마트 공기청정기 2종을 전시했다. 코웨이 관계자는 "유럽 인공지능 시장을 이미 구글과 아마존이 장악한 만큼 고객이 원하는 대로 제품을 골라 쓸 수 있도록 제품을 두 종류로 만들었다"고 했다. 올해 유럽 최대 전시회 IFA의 승자(勝者)는 제품 하나 만들지 않고도 모든 제조사의 소프트웨어(SW)를 장악해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을 쥔 구글과 아마존이었다.


구글·아마존 인공지능 기반의 스마트홈 기기에 음성 명령을 내리면 누가, 언제, 어떤 기기를, 어떤 방식으로 이용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모두 이 기업들의 대형 컴퓨터(서버)로 넘어간다. 이용자가 24시간 내내 무엇을 하는지 속속들이 알아낼 수 있는 것이다.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인공지능과 함께 자동 주문이 가능한 '아마존 대시(Amazon Dash)' 시스템을 가전에 기본 탑재하는 방식으로 수익 모델까지 만들고 있다. 프린터, 식기세척기, 칫솔 등 각종 가전의 사용 빈도를 파악해 잉크, 세제, 칫솔모가 떨어지거나 낡을 만하면 알아서 아마존에 재(再)주문하는 것이다.


오케이 구글"구글, 해 봐" 1일(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8 행사장 건물에 인공지능(AI) 비서인 구글 어시스턴트를 알리는 대형 광고판이 걸려있다. 광고판에 적혀있는 문구는 ‘구글, 해 봐’ 라는 뜻의 독일어로 구글 어시스턴트를 호출하는 명령어다. 이번 IFA에서 구글은 세계 50여개 IT기업들과 손잡고 자사의 AI 서비스를 선보였다.


◇삼성·LG, 각기 다른 인공지능 전략

삼성전자는 자사 인공지능 '빅스비'를 앞세워 인공지능 주도권 지키기에 나섰다. 지난 10여 년간 스마트폰 세계 1위를 달성하고도 운영체제(OS)를 만든 구글에 종속당했던 경험 때문이다. 소비자 가전 사업을 총괄하는 김현석 사장은 지난달 30일 베를린 기자간담회에서 "전 세계에서 연간 5억대씩 제품을 판매하는 곳은 삼성뿐"이라며 "타사와 협력하더라도 인공지능을 그대로 탑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 고도화의 핵심인 고객 데이터를 그대로 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LG전자는 방향이 다르다. 자체 인공지능 '씽큐'를 갖고 있으면서도, 고객에게 친숙한 구글과 아마존 역시 탑재하는 방식으로 실리(實利)를 택했다. 시장 확산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조성진 부회장은 "우리의 인공지능 전략은 개방"이라며 "일부 데이터를 구글과 공유하더라도 고객에게 유용한 혜택을 빨리 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출처: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