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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술과 인공지능

편의점, 공항, 식당… 일상 속으로 들어온 로봇

by ARTificial Intelly 2018. 9. 11.

편의점, 공항, 식당… 일상 속으로 들어온 로봇

마트에서 서성대자 로봇이 쓱 다가왔다 "무얼 도와드릴까요"

지난 4일 서울 이마트 성수점 1층 수입 식품 코너. 기자가 서성거리자 1m20㎝ 높이의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가 바퀴 3개를 굴리며 다가왔다. 페퍼는 동그란 두 눈을 마주치며 팔을 벌리고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물었다. 지난달 29일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선 페퍼는 일본 소프트뱅크 로보틱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한국 버전이다. 자율 주행과 한국어 대화 기능을 추가했다. 기자가 "어떤 카레가 맛있니?"라고 말을 걸자 페퍼는 "인기 상품을 추천 드릴게요"라며 두 손으로 가슴에 달려 있는 태블릿 액정을 가리켰다. 한 제품을 고르자 페퍼는 제품이 놓여 있는 선반까지 안내했다. 김기남 이마트 미래디지털서비스 팀장은 "고객들이 페퍼의 움직임이 사람 같다며 신기해한다"고 말했다.



서비스 로봇들이 백화점·마트·공항 등 일상의 공간으로 들어오고 있다. 아직은 공장에서 쓰는 산업용 로봇에 비해 시장 규모가 전체 로봇산업의 10% 안팎에 불과하지만 인공지능(AI) 기술과 결합하면 응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시장 조사 기관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서비스 로봇 시장은 올해 112억달러(약 12조6380억원)에서 2023년 297억달러(약 33조5134억원)로 연평균 21.4% 성장할 전망이다.


◇커피 내리고, 길 안내도 혼자 척척


롯데월드타워 31층 세븐일레븐 매장은 계산하는 직원이 없는 '무인 편의점'이다. 사람 대신 북극곰 모양의 결제 로봇이 고객을 반긴다. 지난달 28일부터 근무를 시작한 로봇 '브니'다. 고객이 다가서면 브니는 "어서오세요"라고 인사한다. 한 번 고객을 인식하면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고객의 움직임을 쫓는다. 지난 8일 방문한 기자가 "맥주는 어디서 파니?"라고 물어보자 브니는 "대면 판매만 가능하니 직원 호출 벨을 눌러주세요"라고 대답했다. 윙크와 함께 "과도한 음주는 건강에 해롭대요"라는 조언도 했다.


인천국제공항 제1·2여객터미널에는 총 14대의 안내 로봇 '에어스타'가 국내외 여행객의 도우미로 활약하고 있다. 한국어뿐 아니라 초등학교 고학년 수준의 영어·일본어·중국어도 할 수 있다. "베이징 가는 비행기 어디서 타?" "면세품 인도장은 어디 있니?" 같은 질문에 척척 대답을 하고 자율 주행 기능을 작동시켜 직접 안내까지 해준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지난해 처음 시범 운영을 한 뒤 올해 7월 정식으로 로봇을 도입했다"며 "고객과의 대화도 갈수록 정교해지고 어린이나 카트 등 움직이는 장애물을 스스로 잘 피해간다"고 했다.


로봇이 홀로 운영하는 '무인 카페'는 최근 20호점을 돌파했다. 서울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3층에는 커피 업체 달콤커피가 개발한 로봇 카페 '비트'가 입점해 있다. 7일 방문한 기자가 무인 계산대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선택하고 결제하자 유리로 만든 박스 속 로봇 팔이 '위잉'하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회용 컵을 뽑고 얼음을 가득 담은 뒤 커피가 나오는 노즐 밑으로 컵을 정확하게 갖다 놓았다. 고객들이 커피를 다 찾아가자 로봇 팔은 손을 좌우로 수차례 흔들며 인사를 했다.


이뿐이 아니다. '배달의 민족'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우아한 형제들은 스스로 움직이는 배달 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목동 피자헛에 배달 로봇 '딜리 플레이트'를 시험 배치해 배달 실습까지 했다. 배달의 민족 관계자는 "일주일의 시범 운영 기간 동안 하루에 80~100건의 매장 내 배달을 해냈다"며 "앞으로 더 많은 매장에서 딜리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서비스 로봇, 어디까지 발전했나


SF영화에 나오는 사람과 다를 바 없는 로봇이 '완성형'이라면 우리 곁의 서비스 로봇들은 아직 초기형에 속한다. 자율 주행은 평지에서만 가능하고, 대화 능력은 어린 아이와 일문일답을 하는 수준이다. 넘어지거나 부품에 손상을 입었을 때 로봇이 스스로 복구할 방법도 없다. 하지만 이마트와 함께 한국 페퍼를 개발한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지금은 신기한 서비스 로봇들이지만 곧 우리의 일상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부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도 로봇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달콤커피는 연내 로봇 카페 '비트'를 10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도 연내 추가로 결제 로봇 '브니'를 도입할 예정이다. 우아한 형제들은 이르면 2022년에 계단·오르막길을 오르내리고 스스로 엘리베이터를 작동시켜 신문이나 음식을 각 가정에 배달하는 로봇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출처: chosun.com